서론
리튬 이차전지 시장이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대용량 전지로 급격히 확대되고,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고용량 양극재 개발의 필요성이 증가하였다.[1] 기존 상용 리튬 이차전지에서는 LiCoO2를 시작으로 α-NaFeO2의 구조적 유사성을 갖는 층상계 산화물 양극재가 시도되어 왔으며, 비용량 증대 및 양극재 특성 최적화를 위해 Co를 다양한 전이금속 조성으로 치환한 양극재가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LiNi x Co y Mn1-x-y O2 (NCM or NMC)와 LiNi a Co b Al1-a-b O2 (NCA) 양극재가 현재 상용 리튬 이차전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2,3] Ni의 함량이 증가함에 따라 양극재의 가용 용량 및 비에너지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Co의 함량과 공정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양극재의 가격을 저감할 수 있다 (Fig. 1. a,b). 그 중에서도 높은 비용량을 장점으로 갖는 하이니켈 양극재가 전기차 용 리튬 이차전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Fig. 1. c).[4] 하이니켈 양극재는 Ni의 조성이 80% 이상으로 높고, 소량의 Ni이 Mn, Co, Al 등의 원소로 치환되어 있는 층상계 산화물 소재이다. 특히 Co는 양극재를 합성하는 소성과정에서 층상구조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대표적으로 사용되어온 치환체이다.
한편, 리튬 이차전지 시장의 급격한 확대와 함께 Co, Ni, Li 등 주요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으며, 특히 Co 원재료 공급망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따른 경제적 불안정성 (Fig. 1. d), 원재료 채굴 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3,5] 이에 따라, 양극재의 에너지밀도 증대, 가격 절감 및 안정성 확보 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Co 사용량 저감의 필요성이 증가하였고, Co 함유량을 현저히 낮추거나 전혀 Co를 함유하지 않는(Co-free) 하이니켈 양극재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Co 함량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Ni 함량이 매우 높아짐에 따라 층상계 산화물 양극재의 기계-화학적(chemo-mechanical) 열화 현상이 심화되어 왔으며, 이러한 기계-화학적 열화는 전이금속의 조성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6] 따라서 장수명 고용량 양극재의 개발을 위해서는 Ni을 치환하는 Co, Mn, Al 외 다양한 치환체들의 고유한 역할을 이해하고, 치환체의 종류 및 조성이 기계-화학적 열화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연구해야 한다.
하이니켈 양극재의 열화는 격자 수준에서의 점/선/면 결함 생성, 격자산소 방출에 따른 표면 상변화 및 양극재-전해질 계면에서의 부반응, 양극재 입자의 균열 등 다양한 규모의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결과이다. 따라서 치환체에 따른 열화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서는 양극재의 격자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X선 회절 분석, 양극재의 표면 및 벌크 수준에서의 산화수를 규명할 수 있는 연/경X선 흡수분광학을 비롯하여 양극재 입자 단위에서의 불균일한 열화과정을 밝히기 위한 X선 흡수분광 이미징 등의 X선 기반 고도분석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본 논문에서는 Co 치환체의 역할 및 Co 함유량 감소에 따른 하이니켈 양극재의 열화 메커니즘에 관한 최근 연구 동향과 열화 메커니즘 규명을 위해 활용되어온 방사광 X선 기반의 고도분석법의 기본 원리 및 각 분석법의 고유한 특징, 하이니켈 양극재 연구에 활용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Co-free 하이니켈 양극재의 특성과 열화 메커니즘
2.1 Co 치환체의 역할
Co-free 하이니켈 양극재의 특성 및 열화과정을 살펴보기에 앞서 Co 치환체가 층상계 산화물에서 결정구조 및 전자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LiCoO2를 비롯하여 Co-free 하이니켈 양극의 가장 단순한 형태인 LiNiO2는 동일하게 α-NaFeO2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층상계 산화물은 입방 밀집 구조(cubic close-packed structure, ccp)를 갖는 산소의 부격자(sublattice) 내의 격자 틈새 위치(interstitial site)에 전이금속과 리튬이온이 이온 반지름 차이로 인해 각각 전이금속 층, 리튬 층으로 나뉘어 존재하는 층상구조를 가진다. 공침(co-precipitation)으로 얻어진 전이금속 수산화물 전구체와 탄산리튬, 수산화리튬 등의 리튬염을 혼합하여 고온에서 소성할 때 층상구조의 정렬이 일어나며, 이 때 층상구조의 안정성은 전이금속의 원자가에 따른 자기모멘트(magnetic moment)의 영향을 받는다. 리튬 전이금속 산화물 LiMO2에서 전이금속(M) 이온은 평균적으로 3+의 산화수를 갖는데, d7 (t2g 6eg 1, low spin)의 전자배열을 갖는 Ni3+가 전이금속 층 내에서 배열되면 Fig. 2. a와 같이 스핀이 정렬되면서 에너지 상태가 불안정해진다. 이를 자기적 좌절(magnetic frustration)이라 하며, 이에 따른 불안정성은 Ni의 격자위치에 비자성의 이온이 치환될 경우 완화된다.[7] 하이니켈 양극재에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이온은 Li+, Co3+ 등이 있다.
Ni의 격자위치가 비자성의 Li으로 치환될 경우 일반적으로 Li의 격자위치에 Ni이 치환되는 안티 사이트 결함으로 이어지며, 이러한 양이온 혼합(cation mixing)은 니켈 조성이 LiNiO2에 가까워질 수록 열역학적으로 쉽게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ig. 2. b). Ni3+가 d6 (t2g 6eg 0, low spin)의 전자배열을 갖는 Co3+로 치환되어도 마찬가지로 자기적 좌절이 완화되고 양이온 혼합이 억제됨에 따라 Co3+ 치환체는 소성 중 층상구조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전이금속 이온의 자기모멘트에 의해 LiCoO2는 LiNiO2 대비 층상구조의 열역학적 안정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동일한 온도에서 더욱 낮은 평형 결함 농도를 갖는다 (Fig. 2. c).[8]
통상적으로 하이니켈 양극재 내 양이온 혼합이 증가할수록 양극재의 성능, 특히 율속특성이 저해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Li의 격자위치에 존재하는 Ni은 Li의 확산을 방해하고, Li이 이동하는 이온 채널의 크기를 감소시킴으로써 Li 이온 확산의 활성화에너지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설명되어 왔다 (Fig. 3. a).[9]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양이온 혼합의 억제가 반드시 율속특성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적정수준의 양이온 혼합은 오히려 율속 및 비용량에서 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Fig. 3. b)).[10] 전이금속의 높은 산화가에 의한 정전기적 반발은 Li의 확산 활성화에너지의 주요 원인인데, 양이온 혼합 주변에서는 정전기적 반발이 감소하기 때문에 Li의 확산이 촉진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Fig. 3. c).
하이니켈 양극재는 충전상태(State of charge, SoC)가 높아짐에 따라 급격한 비등방적 구조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하이니켈 양극재의 수명안정성을 제한하는 주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6] 최근 보고에 따르면 Fig. 3. d, e와 같이 양이온 혼합이 적정수준 있을 때는 높은 충전상태에서 발생하는 비등방적 구조변화 및 층간 거리의 급격한 수축을 완화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양이온 혼합 농도가 낮을 때에 비해 수명안정성이 우수하다.[11] 이는 일반적으로 전이금속 층에 존재하는 Ni(혹은 Co)에 비해 Li 층에 안티 사이트 결함으로 존재하는 Ni(혹은 Co)가 산화되는 것이 더 어렵고, 그에 따라 높은 충전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적층결함(stacking fault)의 형성 또한 억제하기 때문이다.[8,12]
한편, Li x CoO2는 합성 단계에서는 열역학적으로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가역적으로 리튬을 탈리/삽입할 수 있는 리튬 조성의 범위는 x>0.4, 즉 비용량 ~150mAh/g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하이니켈 양극재의 경우 Li x MO2에서 x<0.2 이하, 즉 비용량 200mAh/ g 이상까지도 가역적인 리튬의 탈리/삽입이 가능하다. 이러한 가용 용량의 차이는 리튬 전이금속 산화물의 특징적인 에너지 띠구조(band structure)에 기인한다.[13] Figure 4. a는 하이니켈 양극재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Ni, Mn, Co 등의 전이금속과 산소의 띠구조를 도식화한 것으로, Li x CoO2의 경우 Co3+의 에너지 띠와 산소 2p 오비탈 성질의 에너지 띠 사이의 중첩이 강하여 x<0.4 이하로 리튬이온이 탈리되면 격자산소의 부분적 산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때 양극재 표면으로부터 격자산소가 기체상태로 방출되며 비가역적으로 층상구조가 스피넬 상으로 변하기 때문에 LiCoO2는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며 가용할 수 있는 용량이 제한적이다.
반면 하이니켈 조성에서는 Ni3+의 산화가 우선적으로 일어나며 낮은 리튬 조성까지 탈리되더라도 층상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하이니켈 층상계 산화물에서도 Fig. 4. b에서 나타낸 것과 같이 x<0.25까지 탈리되면 Ni의 에너지 띠와 산소 2p 오비탈 에너지 띠 사이의 중첩이 점차 강해지면서 마찬가지로 격자산소의 부분적 산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14–16] 그러나 하이니켈 양극재의 경우 높은 산화상태에서 격자산소의 부분적 산화가 일어나더라도 전기화학적, 구조적 거동이 가역적으로 유지되며 높은 가용 용량을 발현하게 된다.
이처럼 Co 치환체는 합성 중 층상구조 정렬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지만, 합성 단계에서의 결함 생성 억제가 반드시 수명안정성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17] 하이니켈 양극재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LiNiO2에서 Ni이 동일한 비율의 Co 혹은 Mn으로 치환된 LiNi z Co1-z O2 (NC)와 LiNi z Mn1-zO2 (NM)의 특성을 비교해보면 Co 치환체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 Fig. 5는 각각 z=0.6 (NC64, NM64), z=0.8 (NC82, NM82), z=0.9 (NC9010, NM9010)에 해당하는 하이니켈 양극재의 충방전 전압 프로파일과 실시간 X선 회절분석을 기반으로 한 격자상수 변화 양상이다.[18–20]
세 조성의 NC, NM은 유사한 비용량만큼 충전, 즉 동일한 리튬 조성까지 탈리되었을 때 모두 NC가 NM에 비해 심각한 비등방적 구조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구조변화는 높은 충전상태에서 Co 에너지 띠와 산소 에너지 띠 사이의 강한 중첩으로 인해 격자산소가 부분적으로 산화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이에 따라 NC 양극에서는 격자산소가 기체 상태로 방출되기 쉬우며, 격자산소의 방출은 표면치밀화(surface densification) 혹은 스피넬, NiO 형태의 암염(rock-salt)등의 구조로 비가역적 상변화를 초래한다. 이 과정에서 양극재 표면 부근에 미세공동(nanovoid)이나 입내균열(intragranular crack) 형성이 촉진되면서 수명 안정성을 저하시킨다. 반면 Ni이 Mn으로 치환된 경우에는 Mn이 층상계 산화물 구조 내에서 4+의 산화가를 가짐에 따라 전하중성(charge neutrality)을 유지하기 위해 Mn4+와 동일한 비율의 Ni2+가 존재하게 된다. 고온에서 소성하는 과정에서 Ni2+의 비율이 높을수록 양이온 혼합의 형성이 촉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상기했듯이 적정 수준의 양이온 혼합은 오히려 구조적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또한 NM의 경우에는 Mn의 산화가가 4+로 고정되어 있고 Ni만이 전하보상(charge compensation)에 관여하며 격자산소의 산화를 방지할 수 있다. 즉 Mn 은 합성 단계에서는 양이온 혼합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오히려 높은 충전상태에서 격자산소를 안정화함으로써 구조변화의 비등방성을 완화하고 나아가 수명안정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NC와 NM의 충방전 중 전하보상 메커니즘의 차이는 탈리된 상태에서의 열적, 구조적 안정성의 차이와도 연관된다. NC의 경우 탈리된 상태에서 격자산소가 부분적으로 산화되어 있어 격자산소 발생과 함께 진행되는 양극재의 열분해(thermal decomposition) 반응에 더 취약하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18] 요약하면, Co 치환체는 양극재 합성 단계에서는 층상구조 내 전이금속과 리튬의 층간 정렬을 촉진시켜 양이온 혼합의 형성을 억제하지만, 수명 안정성은 오히려 다른 치환체에 비해 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Co 치환체의 모순적인 역할은 오히려 Co를 함유하지 않는 Co-free 하이니켈 양극재 사용에 대한 정당성 및 필요성을 부여하며, 장수명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을 위해서는 Co를 비롯한 각 치환체의 고유한 역할을 면밀히 살펴 보야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2.2 하이니켈 양극의 열화 메커니즘 및 억제 전략
층상계 산화물 양극재 내 Co 치환체의 비율이 감소하고 Ni의 조성이 증가함에 따라 가용 용량이 증가하였지만, 동일 전압 범위에서 가역적으로 탈리/삽입되는 리튬이온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특징적인 기계-화학적 열화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비등방적 격자구조 및 부피 변화에 따른 입계균열(intergranular crack), 양극재와 전해질 사이 계면에서 발생하는 전해질 분해반응, 양극재 표면 상변화 등의 열화가 하이니켈 양극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되고 있다. 이 장에서는 하이니켈 양극에서 심화된 기계-화학적 열화 현상과 Co치환체의 함량 사이의 관계 및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전략에 대한 최근 연구 동향을 소개한다.
2.2.1. 균열
하이니켈 양극의 기본 형태인 LiNiO2는 리튬이온이 탈리되면서 리튬-리튬공극 정렬 (Li-vacancy ordering) 형태에 따라 Fig. 6 a, b와 같이 단사결정상(monoclinic system)을 포함한 여러 상들 사이의 상변이를 거치며, 이 과정에서 격자상수가 불연속적으로 변화하게 된다.[9,21] 이러한 불연속적 격자상수 변화는 층상계 산화물의 층간거리에 해당하는 c-lattice 방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특히 높은 충전상태에서 격자구조가 비등방적, 불연속적으로 변화함에 따른 급격한 부피 수축은 이차입자(secondary particle) 내 입계균열을 유발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LiNiO2는 앞서 서술한대로 리튬의 격자위치에 Ni이 존재하는 안티 사이트 결함의 농도가 높게, 즉 Ni이 과잉된 조성으로 합성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Ni의 안티 사이트 결함은 리튬-리튬공극 정렬 및 그로 인한 다상 간의 상전이(multiphase transition)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리튬 격자위치에 Ni이 존재하는 안티 사이트 결함 외에도, 하이니켈 양극재 내 치환체의 비율이 5% 이상으로 높을 때 비슷한 원리로 리튬-리튬공극 정렬이 억제되면서 Fig. 6. c와 같은 연속적인 격자상수 변화양상을 보인다.[22] 그러나 고용체(solid solution) 형태로 반응이 진행되며 격자상수가 연속적으로 변화하더라도 상대적인 변화율은 LiNiO2와 유사하며 (Fig. 6. d), 높은 충전상태에서 일어나는 비등방적 격자구조 변화 및 그로 인한 입계균열은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3]
기존에는 Ni 조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입계균열 및 그로 인한 수명안정성 저하가 심화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Fig. 7. a,b),[6] 이는 Ni 조성이 높을 때 동일 전압대에서 발현되는 비용량 (즉 탈리되는 리튬의 양)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Fig. 7. c,d와 같이 동일한 리튬의 조성까지 탈리되었을 때는 전이금속의 조성에 관계없이 격자구조 변화율이 매우 유사하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15] 또한 2.1에서 오히려 Co 치환체의 함량이 높을수록 이러한 비등방적 격자구조 변화 및 입계균열이 심화됨을 살펴보았다. 이차입자의 입계균열이 발생하면 분쇄(pulverization)된 파편이 전극 내에서 전기적으로 고립되면서 용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거나 전해질에 새롭게 노출된 양극 표면에서 전해질과의 계면 부반응이 촉진되는 문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전해질의 분해반응 뿐만 아니라 양극재 표면에서의 표면치밀화 혹은 비가역적 상변화가 동반되면서 양극의 계면저항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입계균열로 인한 수명안정성 저하를 억제하고자, 기존의 이차입자 대신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단결정 양극재를 사용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Fig. 7. e와 같이 단결정 양극재를 사용할 경우 입계균열 형성이 방지되며 사이클 중 표면적 증가가 억제된다.[24] 그러나 2.1에서 살펴본 것처럼 Co 치환체의 비율이 높은 경우 높은 충전상태에서 격자산소의 부분적 산화가 촉진되어 단결정 표면에서의 격자산소 방출 및 표면 상변화, 그로 인한 입내균열이 오히려 촉진될 수 있다.[18] 입내균열이 단결정 전반으로 전파될 경우 단결정 입자로부터 발생한 파편의 고립과 용량저하 문제는 공통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입계균열 억제를 위한 전략으로 이차입자 자체의 기계적 성질을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Fig. 8). 기계적 성질을 강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략으로 이차입자 내 미세구조 제어, 그 중에서도 입계강화(grain boundary strengthening)가 대표적이다. 높은 원자가를 갖는 W(6+), Mo(6+), Nb(5+) 등의 도펀트 (dopant)는 Ni과 같은 3주기 전이금속 이온들과 이온 반지름 및 원자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Ni의 격자위치를 치환하기 보다는 입자경계 (grain boundary)에 무정형의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게 되며 일차입자의 입성장을 억제한다.[25] 따라서 고온에서 소성한 이후에도 일차입자의 크기가 작고, 내부에 입자경계 밀도가 높은 이차입자가 얻어지게 된다 (Fig. 8. a,b). 이차입자 내 일차입자의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입계균열의 전파와 그에 따른 이차입자의 분쇄를 억제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결정립 크기가 작아지면 결정립의 항복강도(yield strength)가 커지기 때문에 일차입자 수준에서의 소성변형(plastic deformation)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에 관한 연구 결과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또한, 높은 원자가를 갖는 이온을 도핑할 경우 입자경계에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며 입계균열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점에 착안하여, 이차입자 내 입계균열 형성 및 전파를 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입자경계에 격자 왜곡의 완충 및 접착 작용을 할 수 있는 상을 도입하는 전략이 제시되었다. Fig. 8. c.와 같이 하이니켈 층상계 산화물과 층간거리가 유사한 페로브스카이트 상을 도입하거나, 입자경계에 Li3 PO4 등의 고체전해질을 주입(infusion)하게 되면 높은 충전상태에서 발생하는 격자의 비등방적 왜곡으로 인한 입계균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26,28] 또한 액상 전해질에 존재하다가 양극재의 입계균열이 발생하여 새로운 표면이 노출되었을 때 바인더 역할의 필러를 형성하는 전해질 첨가제를 사용하여 수명안정성을 개선한 결과가 최근 보고된 바 있다 (Fig. 8. d).[27]
2.2.2. 표면 불안정성
하이니켈 양극의 높은 충전상태에서 양극재의 표면 불안정성이 높아짐에 따른 화학적 부반응과 양극재-전해질 계면에서 전기화학적 부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표면/계면 불안정성은 양극재 표면에 피막 형성을 유발하고, CO2를 비롯한 다량의 가스 발생 원인이 된다. 이는 셀 내부저항 증가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셀의 파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전지의 안전성을 크게 저해한다. 위에서 서술한 이차입자 내 입계균열은 그동안 하이니켈 양극재의 주된 성능저하 메커니즘으로 여겨져 왔으며, 입계균열로 인해 새로운 표면이 노출될 경우 계면반응을 촉발하는 것으로 설명되어 왔다. 따라서 입계균열 억제 전략과 더불어 양극재-전해질 사이 계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해질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LiNiO2 양극에 대해 Fig. 9. a.와 같이 양극재-전해질 사이 계면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전해질(20F1P: 1.5M LiPF6 in ethyl methyl carbonate with 20wt% fluoroethylene carbonate, 1wt% LiPO2 F2)을 적용할 경우, 기존 상용 리튬 이차전지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준전해질(Baseline: 1M LiPF6 in ethylene carbonate/ethyl methyl carbonate 3:7 volume ratio, with 2wt% vinylene carbonate)을 사용했을 때에 비해 용량 유지율이 개선되었다.[29] 하이니켈 양극 및 LiNiO2 양극은 높은 전압까지 충전되었을 때 양극재 표면에서 격자산소가 방출될 수 있는데, 전해질의 용매로 사용되는 dimethyl carbonate(DMC), ethyl methyl carbonate(EMC) 등의 선형 알킬 카보네이트에 비해 ethylene carbonate(EC)와 같은 고리형 알킬 카보네이트가 방출된 격자산소와 더 강한 반응성을 나타낸다. 즉 전해질 내 EC는 격자산소 방출을 촉진시키며, 방출된 산소는 전해질 분해반응, 양극재 표면 상변화, 전이금속 용출 등을 야기한다. 기준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LiNiO2 표면에서 다량의 격자산소가 방출되며 Ni3 O4, NiO 등 리튬이온의 확산을 막는 표면상이 생성되는 반면, EC를 함유하지 않는 20F1P 전해질은 격자산소 방출을 억제하며 LiNi2 O4와 같이 리튬이온 전달이 수월한 표면상이 형성됨에 따라 전기화학적 활성이 유지된다.[29] 특히, 계면반응이 억제된 전해질에서는 Fig. 9. b와 같이 지속적으로 입계균열이 존재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비용량이 가역적으로 발현되었다. 즉 양극재-전해질 계면의 안정성을 개선하면 입계균열 여부와 관계없이 수명특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입계균열과 함께 표면 불안정성 또한 하이니켈 양극의 수명안정성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
2.2.3. 양극 표면 재구조화
하이니켈 양극이 높은 충전상태에 도달하여 격자산소의 부분적 산화가 일어나게 되면 격자산소가 기체상태로 방출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표면의 전이금속이 전해질로 용출되며 양극재 표면 부근에 미세공동이 형성되거나, 격자산소 방출과 더불어 전이금속 이온이 리튬의 격자위치로 이동하면서 표면치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용출된 전이금속 이온은 전해질을 통해 음극으로 이동하여 음극재 전해질 계면(solid electrolyte interphase, SEI)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이는 셀 내부 저항 증가를 초래한다. 또한 표면치밀화의 결과로 양극재 표면이 스피넬, 암염 등의 상으로 비가역적 상변화를 하게 되면 양극재 표면저항이 증가하고 표면상을 통한 리튬이온의 탈리/삽입이 저해될 수 있다. 나아가 표면상과 기존 층상구조 사이의 격자 불일치(lattice mismatch)로 인해 층상구조 내 리튬 농도에 따른 고유한 구조변화가 제한되면서 용량 발현 또한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30] 2.2.2에서 언급한 것처럼 양극재의 표면 재구조화는 양극재-전해질 계면 불안정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표면치밀화로 생성되는 표면상의 구조 또한 전해질의 조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표면상과의 격자 불일치로 인한 층상구조의 구조변화 제약 및 용량 퇴화 양상 또한 전해질 조성, 즉 표면상의 구조에 대한 의존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보고된 바 없다. 양극재 표면 재구조화는 격자산소 방출과 동반되므로, 이를 억제하기 위해 양극의 격자산소 방출을 억제할 수 있는 전해질 조성을 적용하거나 양극재의 표면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표면 코팅 등의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열화 기작 규명을 위한 고도분석의 원리와 활용
3.1 X선 회절 (X-ray diffraction)
X선 회절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는 1) 회절피크의 유무를 바탕으로 시료 내에 존재하는 상 식별, 2) 회절피크의 위치로부터 격자상수, 3) 회절피크의 너비를 바탕으로 결정립 사이즈, 변형률 등 미세구조 분석, 4) 회절피크의 상대적인 세기를 바탕으로 단위세포(unitcell) 내 원자의 상대적인 위치 및 안티 사이트 결함의 정량분석 등이 있다. 따라서 X선 회절은 합성된 활물질의 순도를 검증하거나 2.1에서 서술한 층상계 산화물 내 안티 사이트 결함 정량 등 기본적인 활물질 특성분석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합성 이후 뿐만 아니라 열화과정에서 안티 사이트 결함이 증가할 수 있으며, 열화 과정 중 안티 사이트 결함의 정량분석을 위해서도 고분해능 X선 회절분석이 활용된다. X선 회절패턴으로부터 앞서 언급한 정량적인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Rietveld refinement를 수행한다. X선의 경우 단위세포 내 전자밀도에 의해 회절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자번호가 낮은 경원소에서 약하게 회절되는 특징이 있는데, X선 회절 기반의 점결함 정량분석 시 중성자 회절 패턴을 상보적으로 분석하는 경우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통상적인 X선 회절계에서는 Cu, Mo 등의 금속 타겟의 특성파장(characteristic wavelength)를 광원으로 시료에서 회절된 신호를 검출기가 스캔하는 방식으로 회절패턴을 얻는다. 기존에는 1차원 검출기가 넓은 2theta 범위를 스캔하기 때문에 측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2차원 검출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측정 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동일 시료에서 충방전을 하거나 시료의 온도를 변화시키며 실시간 X선 회절패턴 측정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금속 타겟을 사용하는 X선 회절계는 광원의 단색화도(monochromaticity)와 휘도(brilliance)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회절피크의 분해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웃한 피크 사이의 겹침이 심하고, X선 회절계 자체에서 발생하는 피크의 너비가 크기 때문에 시료의 미세구조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방사광 가속기 기반 X선 광원을 사용하는 경우 8~50keV (혹은 파장 0.2~1.5Å) 수준의 고에너지 X선을 이용하며, 금속 타겟 대비 단색화도와 휘도가 매우 우수하여 고분해능 회절패턴 측정이 가능하다. 특히 고에너지, 고휘도 광원을 사용함에 따라 시료에서 X선의 감쇠(attenuation)가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나기 때문에 시료의 자유도가 매우 높고 배터리 구동 조건, 온도, 압력 등의 시료 환경 조절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장점이 있다. Fig. 10과 같이 2차원 검출기를 사용하면 통상적으로 수초~수분 이내에 회절패턴이 측정되기 때문에 코인셀, 파우치셀 등에서 충방전을 진행하는 동시에 시료환경을 투과한 회절패턴을 충분한 세기로 측정할 수 있다. 검출기의 성능에 따라 수 밀리초 단위의 시간분해능으로 측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층상계산화물 양극재 외에도 리튬 이차전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활물질은 모결정(host crystal) 구조 내에서 리튬 조성이 가역적으로 변화하면서 탈리/삽입 반응이 일어난다. 모결정의 격자구조는 활물질 내 리튬의 함량, 즉 전극의 충전상태가 달라지면서 구성원소의 산화수 및 배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고유의 구조변화를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층상계산화물 양극은 모결정 내 리튬의 조성에 따라 충방전 중 연속적인 격자상수 변화를 보이며, 이러한 활물질의 격자구조 변화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있어 실시간 X선 회절분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시료의 자유도 및 우수한 시간분해능을 강점으로 X선 회절분석은 배터리 구동 중 활물질의 실시간 구조변화 양상 외에도 급속 충방전 중 불균일한 상변이 양상, 열화된 전극의 상변이 거동을 통한 열화 메커니즘 분석, 소성 온도에서 활물질의 합성 메커니즘, 열분해 및 열폭주 반응 중 격자구조/상변화 메커니즘 규명 등의 연구에서 중요한 분석법으로 사용되고 있다.[31,32]
실시간 X선 회절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하이니켈 양극의 사이클 열화가 진행됨에 따라 구조적 피로(fatigue)에 의한 상이 나타나며 용량이 제한되는 것이 밝혀졌다.[30] Fig. 10. b와 유사한 코인셀을 이용하여 사이클 열화가 진행된 셀의 충방전 과정에서 측정된 실시간 X선 회절패턴은 사이클 열화가 진행됨에 따라 특히 높은 충전상태에서 층간 거리의 변화가 둔화되는 부분의 비율이 증가하였음을 보여준다 (Fig. 11). 이는 2.2.3에서 서술한 것과 같이, 양극 표면의 표면상과 내부 층상구조 사이의 격자불일치 때문에 내부 층상구조에서 리튬이온의 탈리가 제한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층상구조 내 리튬 조성이 변화함에 따라 고유한 구조변화가 일어나지만, Fig. 11. d의 도식과 같이 표면상의 격자 불일치가 기계적으로 구조변화를 억제하기 때문에 내부 층상구조의 전기화학적 활성이 감소하고 용량이 저하된다. 그러나 X선 회절패턴을 통한 불순물의 검출은 통상 수 wt% 이상일 때 가능하므로, 미량 존재하는 표면상을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표면 상변화는 대개 수 nm 두께 내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표면상이 무정형(amorphous)이거나, 결정성이 낮은 경우 X선 회절패턴에서 검출하기 어렵고, 투과전자 현미경 등의 분석법을 통한 교차검증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X선은 결정 내의 전자밀도에 의해 회절되기 때문에 전자밀도, 혹은 원자형태인자(atomic form factor)가 낮은 경원소에 대한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뿐 아니라, 전자밀도가 비슷한 Ni, Co, Mn 등의 3주기 전이금속 중 특정 원소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X선 회절의 한계점은 Li의 격자위치에 Ni이 존재하는 안티 사이트 결함 정량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결정 내 원자핵에서 회절이 일어나는 중성자 회절패턴을 상보적으로 분석한다면, 안티 사이트 결함 농도를 신뢰성있게 정량할 수 있다.[33]
3.2 X선 흡수분광학 (X-ray absorption spectroscopy)
활물질 내에서 리튬이온이 탈리/삽입되면 격자 내 전하중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하보상에 의해 전이금속 혹은 격자산소의 산화/환원이 일어난다. 최내각전자(core electron)의 에너지 준위에 해당하는 X선을 시료에 조사하여 얻어지는 흡수 스펙트럼을 통해 전이금속의 산화가 변화에 의한 재료의 전자구조 및 배위환경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 경X선을 시료에 조사하면 전이금속의 K-edge 에너지 준위에 해당하는 흡수가 일어나며, 시료 전체를 투과한 흡수 스펙트럼과 시료 내 입자의 표면 수백nm 부근에서 방출되는 형광신호를 검출할 수 있다. 에너지가 5keV 이상으로 높은 경X선은 투과도가 우수하여 입경이 큰 시료를 사용하더라도 벌크 단위에서의 평균적인 산화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 X선 흡수 스펙트럼은 X-ray absorption near edge structure(XANES)와 Extended X-ray absorption fine structure(EXAFS) 영역으로 나눈다. XANES 영역은 주로 측정원소의 산화가, 배위환경 변화에 민감하며, EXAFS 영역은 푸리에 변환하여 정량분석할 경우 측정원소 주변 결합길이, 배위수, Debye-Waller 인자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에너지가 1keV 이하인 연 X선을 이용하는 경우 산소의 K-edge와 3d 전이금속의 L-edge에 해당하는 흡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으며, 경X선에 비해 산화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연X선 흡수에 의해 시료에서 발생하는 광전자(photoelectron)나 형광신호를 측정하여 스펙트럼을 얻는데, 연X선은 감쇠가 매우 쉽게 일어나므로 시료 내 자기흡수(self-absorption)에 의해 주로 표면에 민감한 정보를 얻게 된다. 광전자의 침투깊이(penetration depth)는 수 nm 수준으로 electron yield 신호의 경우 시료의 수 nm에 해당하는 표면 정보가 얻어지며, 형광 광자의 침투깊이는 수백 nm 수준으로 fluorescence yield 신호로부터 상대적으로 시료의 벌크에 해당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34]
경X선 기반 XANES/EXAFS 분석을 활용하면 전이금속의 조성 및 충전 상태에 따른 산화수 변화, 구조적 무질서도, 결합길이 변화 등을 바탕으로 특정 전이금속 원소에 대한 국소적 배위환경 변화를 분석할 수 있다. 층상구조에서 Co, Mn은 각각 3+, 4+의 산화가를 갖는 것이 안정하며, LiNi x Mn y Co z O2 (x+y+z=1)에서 전하중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이금속의 평균산화수는 3+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Mn 치환체의 비율과 동일한 비율의 Ni이 2+로 존재하게 되면서 Mn의 조성에 따라 Ni의 산화수가 변한다. Fig. 12. a.는 전이금속 조성 별 Ni, Mn, Co 세 전이금속 원소의 K-edge XANES 스펙트럼으로, 전이금속의 조성과 관계없이 Mn, Co 의 K-edge의 위치는 일정한 반면 조성에 따라 Ni의 K-edge의 위치는 크게 변화함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35] 또한, 2+의 산화가를 갖는 Ni의 조성(혹은 Mn 의 조성)이 증가하면 합성된 양극재에서 안티 사이트 결함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Fig. 12. b에 나타낸 것처럼 구조 내 무질서도에 해당하는 Debye-Waller 인자의 증가 경향과 일치한다. Fig. 12. c와 같이 X선 회절패턴 고도분석 결과와 교차검증 함으로써 층상구조 내 안티 사이트 결함과 무질서화는 Ni에 국한되어 발생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열화과정에서 양극재 내 안티 사이트 결함 농도가 증가하거나 무질서화가 진행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경X선 흡수 스펙트럼을 통해 산화수 변화와 Debye-Waller 인자 등을 정량분석 함으로써 열화과정 중 전이금속 원소 별 배위환경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36]
연X선 흡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하이니켈 양극의 충전상태에 따른 전이금속-산소 결합의 오비탈 혼성 변화, 열화과정 중 표면 산화수 변화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다른 분석기법으로는 얻기 어려운 표면 상변화에 의한 전이금속 산화수 변화를 민감하게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양극의 표면 열화과정 추적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표면 상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료의 박편을 제작하여 주사 투과 전자 현미경(STEM) 등을 활용할 수 있으나, 시료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는 제한적이고 박편을 제작하는 영역에 따라 표면 상변화 양상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 연X선 흡수 스펙트럼은 X선이 조사되는 영역, 주로 ~1mm 단위에서 시료 전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존 다결정으로 이루어진 이차입자 (Fig. 13)는 이러한 표면 열화과정에 특히 취약하여 수명특성이 떨어지는 특징을 보였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G. Chen 연구팀은 각각 (012), (104) 결정면이 우세하게 드러난 팔면체, 다면체 형태 단결정을 합성하였다. 다결정 이차입자에 비해 두 단결정 시료는 우수한 수명 안정성을 보였으며, 특히 다면체 형태 단결정이 팔면체보다 수명특성이 우수하였다.[37] 이러한 수명 안정성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연X선 흡수 스펙트럼을 비교해보면, 다결정 이차입자는 초기 수명 중 표면의 Ni이 빠르게 환원된 반면, 다면체 형태 단결정은 표면의 Ni 산화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다면체와 팔면체의 표면 Ni 산화수 변화 추이를 통해 단결정 표면에 드러난 결정면 방향에 따라 표면 안정성이 달라진다는 점, 즉 표면 상변화가 비등방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X선 흡수분광의 경우 X선 회절과 달리 시료의 결정성이 낮거나 비정질(amorphous)인 경우에도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하이니켈 양극의 열화과정에서 양극재 내 안티 사이트 결함이나 무질서도가 증가할 경우 Ni에 특정된 국소적 배위환경 변화를 밝혀낼 수 있고, 표면 상변화의 영향 또한 특정 원소별로 민감하게 분석할 수 있다.
3.3 연/경X선 흡수분광 이미징
3.2에서 설명한 연/경X선 흡수분광은 X선이 조사되는 시료 영역에서 X선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입자들의 평균 신호를 얻는 방법이다. 따라서 시료 안에 존재하는 미량의 표면상이나 입자 내부 결정면 방향에 따른 리튬삽입 거동, 상변화 등의 이방성 및 불균일성 등과 같은 불균일한 현상을 공간분해능을 통해 분석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분해능이 있는 X선 흡수분광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대한 기술로는, 집속된 연X선을 시료 내에서 스캔하는 주사 투과 X선 현미경(scanning transmission X-ray microscope, STXM), 경X선을 시료에 조사하여 풀 필드(full-field) 이미지를 얻는 투과 X선 현미경 (transmission X-ray microscope, TXM) 등의 이미징 기법이 있다. 앞서 서술한 X선 흡수분광 분석에 공간분해능이 더해진 흡수분광 이미징 기법을 통해 입자 내에서 수십 nm 수준의 공간분해능으로 전이금속의 산화수 분포를 얻을 수 있다. 충전/방전 중 리튬이온의 탈리/삽입에 따른 전하보상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하면 전이금속 산화수를 바탕으로 리튬의 분포를 간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전이금속의 산화수 및 리튬의 공간적 분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경X선 흡수분광 이미징 기법은 열화 기작 규명 뿐만 아니라 충방전 중 입자 내 불균일한 리튬의 탈리/삽입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38]
하이니켈 양극의 열화 기작 중 표면 상변화 및 입자 내 균열이 발생하게 되면 특정 양극 입자의 전기화학적 활성이 감소하거나 비활성화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국소적 열화과정은 시료의 평균적인 정보를 얻는 기존의 분석법에서는 검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양극 입자 내 불균일한 열화과정을 밝히는데 있어 이미징 기법은 특별한 역할을 해왔다. Fig. 14. a,b는 STXM을 통해 사이클 열화 이후 이차입자 내 Ni의 불균일한 산화수 분포를 나타낸 결과로, 입자 내 전이금속 조성의 구배가 있는 하이니켈 양극 (GC80, compositionally graded LiNi0.80 Co0.05 Mn0.15 O2) 대비 1 mol%의 불소가 도핑된 F1-GC80에서는 충방전 중 입자 내 균열형성이 억제됨에 따라 이차입자 내부로의 전해질 침투 및 균열 주변에서의 표면 상변화가 억제되었음을 밝혔다.[39] 이와 유사하게 TXM을 이용한 연구(Fig. 14. c)에서는 충전 상단 전압이 4.4V에서 4.6V, 4.9V로 높아짐에 따라 이차입자 내 Ni 산화수 분포의 불균일성이 심화되며, 입자 전반적 평균치에 비해 산화수가 매우 낮거나 높은 화학적 이상치(chemical outlier) 비율이 크게 증가함을 확인하였다.[36] 산화수가 평균보다 매우 낮은 이상치는 주로 이차입자의 표면에 집중적으로 존재하면서 높은 충전 전압에서의 양극재-전해질 계면의 불안정성을 나타낸다. 반면 산화수가 평균보다 매우 높은 이상치는 전반적으로 산재해 있음으로써 이차입자 내 Li 분포의 본질적인 불균일성을 나타낸다.
이처럼 X선 흡수분광 이미징은 입자 내 불균일한 산화수를 바탕으로 표면 상변화 영향 등 하이니켈 양극재의 열화과정을 밝히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시료 내 원소에 의해 흡수가 일어나는 에너지 영역의 X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료 준비가 선제 조건이 된다. 시료를 투과한 X선의 흡광 신호를 얻기 위해서는 Focused ion beam(FIB) 등의 시편 제작 방법을 동원하여 박편형태의 시료를 제작해야 하며, 박편 제작 과정이 시료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히 밝혀진 바 없기 때문에 시료 준비 및 결과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 또한 전이금속, 주로 Ni의 산화수를 해석할 때 하이니켈 양극의 열화 과정 중 Ni의 산화수 증가와 감소를 야기하는 각각의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 해석에 이를 수 있다. 표면에서 국소적으로 격자산소가 방출되며 표면상변화가 일어날 경우 생성되는 표면상에서 Ni은 구조에 따라 2.67+~3.2+에 이르는 산화수를 가지는데,[40] 본래의 NCM 구조 또한 Mn의 비율에 따라 Ni2+와 Ni3+가 혼재하기 때문에 산화수만으로 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35] 또한 입자 표면에 두꺼운 표면상이 존재할 경우 높은 표면저항에 의해 리튬의 삽입이 저해되고, 이에 따라 해당 영역의 Ni 산화수는 오히려 높게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분석법과의 교차검증을 통해 예상되는 열화과정을 선별하고, 그에 따른 산화수 변화 양상을 면밀히 해석한다면 X선 흡수분광 이미징을 통해 양극 입자 단위에서 발생하는 불균일한 열화 메커니즘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결론
하이니켈 양극재의 기계-화학적 열화과정은 격자구조 수준의 결함 형성, 표면의 재구조화, 미세구조 열화 등 수 Å 부터 수 μm 규모에 걸쳐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이러한 열화과정은 양극의 성능 저하와 더불어 전해질 계면에서 부반응을 일으키며 셀 전반에서 복잡한 퇴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학계 뿐만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열화 메커니즘 규명 및 억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기존 Co 치환체가 층상구조를 안정화한다는 통념과 달리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Co 치환체가 존재할 때의 전자구조는 하이니켈 양극재의 열화과정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우수한 수명특성을 갖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하이니켈 양극 내 치환체의 종류 및 조성에 따른 활물질의 특성을 면밀히 이해하는 기초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이니켈 양극의 충방전 중 탈리/삽입 메커니즘 및 열화 메커니즘 규명을 위해서는 격자구조 수준에서부터 입자 단위에 걸쳐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에 적합한 고도분석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본 논문에서 소개한 X선 회절, X 선 흡수분광 및 이미징 기법과 더불어 제1원리 계산, 유한 요소 모델링, 고분해능 전자현미경 분석, 중성자 회절 등 다양한 고도분석 기법이 상보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도분석법의 발전은 하이니켈 양극재 기반 리튬 이차전지 뿐만 아니라 차세대 이차전지의 개발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